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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북만주 항일투쟁지

정기용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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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북만주 항일투쟁지

[연합뉴스 TV 2005-08-12

-`청산리 구국장정대' 동행취재기-

(의정부=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대학교수와 대학생 등 70여명으로 구성된 네번째 `청산리 구국대장정대'가 독립군의 발자취를 따라 12박13일 일정으로 중국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 1만리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북만주 지역으로 불리는 동북 3성은 1890년대 후반부터 한인들의 이주가 시작돼 1910년대부터는 항일무장투쟁이 시작된 곳.

이곳 여기저기에는 봉오동.청산리 전투현장 외에 3.13 반일전적지 등 항일투쟁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로 시작되는 독립군가를 부르며 지린성 허룽(和龍)시 청산촌에 도착한 구국대장정대를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심각하게 훼손된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였다.

지난 2001년 8월 광복회와 국가보훈처 등이 5천㎡부지에 높이 17.6m, 너비 25m 규모로 완공한 기념비는 4년만에 기념비 상석 정면과 좌측면이 1m 이상 떨어져나가고 주변 경계석 6m 구간도 사라져버렸다.

허룽시 문물관리소측은 지난 6월 '위험한 곳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기념비 앞과 계단에 부착하고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속에 독립군의 고귀한 희생 흔적은 잡초로 뒤덮였고 매년 정례적인 한국 대학생들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발길이 전무한 실정이다.

청산촌 주민 김순월(52.여)씨는 "한국 정부는 기념비만 만들어놓고 실질적인 관리는 지금껏 단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3천여명이 넘는 일본군을 사살, 희망없이 살아가던 한민족에게 조국독립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역사의 현장이 사라지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산리를 출발해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도문(圖們)시에 도착한 대장정대는 우리나라 독립 전쟁의 효시로 일컫는 1920년 6월 봉오동전투 현장을 찾았다.

'1920년 6월7일 반일 명장 홍범도를 사령으로... 일본 침략자의 기염을 여지없이 꺾어놓았으며 인민대중의 반일투지를 크게 북돋워 놓았다'는 찬사가 적힌 기념비는 중국 중점문물 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있었다.

기념비 주변에 무성한 잡초를 제거한 뒤 비포장 산길을 따라 5분여간 올라가자 소형댐을 연상시키는 봉오저수지가 장정대의 발길을 잡았다.

이곳이 바로 일본군 150여명을 사살한 봉오동전투 현장이지만 이제는 더이상 발조차 디딜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중국 정부측이 지난 1987년 도문시 일대 물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저수지로 만든 것이다.

결국 대장정대는 기대했던 독립군의 승리함성과 기쁨을 느껴보는데 실패한 채룽징(龍井)시 외곽에 위치한 3.13 반일의사능으로 발길을 돌렸다.

3.13 반일의사능은 1919년 본국의 3.1만세운동 소식을 듣게 된 룽징시내 정동학교 학생 등 조선인 3만여명이 13일 일제에 맞서 중국 지역에서 처음으로 만세운동을 벌였던 곳이며, 박상진 의사 등 13명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묘역은 1990년 5월 농로 앞에 조성돼 룽징 3.13 기념사업회측이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지만 묘역을 알리는 표지판조차 없으며 봉분은 잔디가 제대로 심어지지 않아 집중호우시 유실 위험이 큰 상태다.

이밖에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이등박문을 저격했던 현장도 이제는 표시조차 남지 않은 채 화분 몇개만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각종 자료가 하얼빈에서 전시됐지만 이제는 공개되지 안고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 등의 주장이다.

룽징 3.13 기념사업회 이광평(61)부회장은 "룽징시에서 열린 만세운동은 이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 등 항일무장투쟁의 계기를 제공했다"며 "한국정부와 한국인 관광객들이 역사의 현장을 도외시 할 경우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장정단 자문위원 박환(48.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광복 60주년과 청산리전투 승전 85주년의 해라는 것을 홍보만 하기 이전에 항일투쟁지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항일투쟁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만주지역에서 한민족의 항일투쟁역사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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