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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개혁 깃발 든 '국민의 장군' 표명렬

정기용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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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군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다"

재향군인회 개혁 깃발 든 '국민의 장군' 표명렬


ⓒ2005 동아시아
군 개혁과 군의 민족적 위상 정립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표명렬 예비역 육군 준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표적 예비역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의 수구적 행태에 맞서 새로운 예비역단체인 (가칭) 평화재향군인회를 창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라크 파병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때, 파병반대를 외치며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 군인들이야말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야한다"고 주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등 개혁적이자 민족적인 행보로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러한 그의 행보와 맞물려 그의 저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2003년 6월 동아시아 출판) 또한 그가 제안하는 군 개혁의 로드맵을 보여주는 듯한 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군의 민족적 정체성 확립, 왜곡된 군대문화 개혁과 민주적 군대문화 건설, 간부특권 위주의 권위주의 문화 개혁, 진정한 안보관의 확립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국군의 존재 이유, 이념, 전통 등이 모두 민족으로부터 나와야"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에서 먼저 다루는 문제는 군의 민족적 위상 정립에 대한 것이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듯 우리 군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압도적으로 친일파가 득세한 정부부처 중 하나였다.

친일파는 그들이 보고 배운 대로 우리 군을 황국주의 일본군대의 복사판으로 만들어놓았다. 목적 자체가 천황을 위하는 것이며, 오로지 천황을 위한 것이 지고의 가치가 될 뿐인 군대이다. 그래서 모든 게 천황에게 수렴하고, 병사는 하나의 부속물로서 인격조차 없다.

다만 천황의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서고 군사 쿠데타 이후에는 독재자가 그 자리에 들어서는 변형이 이었을 뿐,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현재의 병사 인권무시, 관료적 권위주의, 왜곡된 군대문화를 비롯해서 재향군인회가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고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행태까지 그 뿌리는 왜곡된 현대사, 바로 친일파의 군 장악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군 개혁을 외치는 표명렬 예비역 장성은 군의 첫 출발부터 친일파가 장악함으로써 잘못 되었기에 군 개혁의 핵심은 왜곡된 근현대사를 바로 잡는 일, 즉 군의 민족적 위상 정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군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군은 민족의 군대"라며, "국군의 존재 이유, 이념, 전통, 자부심, 의미 모두가 민족으로부터"(195쪽)나와야 한다는 군 위상 정립의 원칙을 세운다.

그리고 그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듯이 우리 군의 효시도 광복군이 되어야 마땅함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법통은 항일 민족 독립 전쟁의 주축이었던 임시정부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군의 효시는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였던 광복군이 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54~55쪽)

"광복군의 민족자주독립정신이야말로 우리 국군의 정신적 지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당연한 이 주장은 아직 우리의 현실은 아니다. 그는 군을 장악한 친일파가 그동안 이를 무시해 왔다며 한탄한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광복군의 빛나는 활약상은 우리 국군의 자부심을 드높일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근거요 힘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 어디에서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신흥무관학교 출신 간부들에 의해서 치러졌던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의 그 자랑스런 피가 우리 국군의 맥박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건만 군을 장악하고 있었던 친일 세력들은 그 장엄한 항일 독립 전쟁의 발자취에 대해서 눈과 귀를 막고 폄하해 왔다.(51-52쪽)"

또한 그는 "군사 사상이 없는 군대는 혼이 없는 군대"이며, "우리 국군의 새로운 이념과 사상, 즉 건군 사상과 군사 철학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군 개혁은 다시 한번 좌절되고 말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 군 개혁의 시작은 광복군의 민족자주독립정신을 우리 국군의 정신적 지주로 삼는 데 있으며, 그러한 정신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군 개혁의 출발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안보의 궁극적 목적은 평화"

그는 진정한 안보관 확립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그동안 '안보'는 "주로 반민족적인 친일분자들과 반민족적 독재 세력들이 자기 보호와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기 위해 사용해온 단어"(86쪽)였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수구세력들의 안보관 오류를 통렬하게 지적하며 진정한 안보에 대해 말한다.

"이들의 결정적 오류는 첫째, 안보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안보의 궁극적 목적은 평화이며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87쪽)

그는 수구세력들의 왜곡된 안보관을 비판하며, '비전이 있는 안보관'을 제시한다. 이는 그가 이번에 새로 창설하는 예비역단체가 왜 '평화'재향군인회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남북의 전쟁을 방지하여 결과적으로 나라의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통일로 가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있다"(93쪽)며, 수구세력들의 왜곡된 안보관을 바탕으로 한 햇볕정책에 대한 공격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진정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6.15선언을 이끌어낸 화해와 평화의 대북정책이야말로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다지고 북한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인을 향하여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주장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98쪽)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리고 '통일의식이 고양되면 안보의식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반통일적 사고의 전형"이라며, "통일은 우리의 안보가 지향하는 비전이요, 당면한 과제"(99쪽)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부르고 국민을 협박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국민의 안보심을 배양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국민들의 인권이 살아 숨쉬게 될 때, 목숨을 바쳐 지킬 만한 나라라고 생각될 때, 그 자부심은 자연스레 국가의 안보로 연결될 것"(78쪽)이라고 주장한다.

군대란 본래 그런 곳? 체념이야말로 군 개혁의 주적!

우리는 그동안 군대는 본래 합리적이지 못한 곳이자 상관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등인간의 건전한 상식과 기초적인 시민의식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여기고 지내왔다.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군대란 본래 그런 곳'이라며 쉽게 체념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표명렬 예비역 장성은 '군대란 본래 그런 곳'이라는 체념이야말로 군 개혁 추진 과정에서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앞장서서 군 개혁을 말하는 그를 보면서 이제 우리는 체념하고 길들여진 사고방식을 진취적으로 바꿀 용기를 갖게 된다. 그는 군 개혁의 험난한 길 앞에 서서 니체의 잠언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세상을 향해 발언한다.

"창조는 괴로움의 구원인 동시에 삶의 위로이다. 그러나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괴로움과 동시에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니체(<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에서 재인용)

- ⓒ 2005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2005-08-15

[오마이뉴스 서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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