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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재향군인회’ 깃발 든 표명렬 예비역 준장

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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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재향군인회’ 깃발 든 표명렬 예비역 준장

[한겨레 2005-06-30 10:33]


[한겨레] “군 바로잡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표명렬(66) 예비역 준장은 달변이다.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눠도 지루하지 않다.
군 개혁이라는 자신의 주 전공분야만이 아니라, 정치·사회·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게다가 그의 외모는 너무 말끔하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흰 머리칼에 테 없는 안경을 낀 그의 외모는 학자 출신 노신사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렇게 부드러운 장군도 다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제2의 재향군인회로 기치를 높이 든 ‘평화 재향군인회’는 이 ‘부드러운 군인’의 결단과 신념의 결과물이다. 일제와 군부 독재정권의 앞잡이 구실을 했던 과거 군의 ‘어두운 역사’를 거침없이 지적하며 군 개혁을 부르짖던 그는, 이제 ‘평화 재향군인회’를 지렛대 삼아 본격적인 군 개혁 운동에 나설 참이다.

“지금의 재향군인회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은 한참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평화 재향군인회’를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는 이라크 파병 논란이다. 내가 당시 파병을 반대한다고 하자, 재향군인회 쪽 인사들의 비난 화살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군복입고 시청 앞에 모여서 성조기 흔들며 파병을 외치는 모습에서는 충격을 받았다. 평화를 위해 바치는 신성한 군복을 챙겨 입고서 전쟁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육사 18기 대대장 생도 역임한 ‘성골’
‘군인다운 군인’ 강조하는 보수주의자
그런 그가 군 ‘어두운 과거’ 지적하고
군개혁 위해 ‘평화향군’ 결성 앞장섰다 파병찬성 집회가 ‘평화 재향군인회’ 출범의 첫 단추였다면, 최근 전방 총기난사 사건은 출범 논의에 가속기를 달아준 셈이었다. 군 개혁도 개혁이지만, 성역으로 남아있는 군 내부에 대한 바깥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가 없는 문제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울부짖는 어머니들을 보며 여성들이 군대와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앞으로 군과는 전혀 안 어울릴 것으로 보이는 여성민우회, 평화여성회 등 여성들과 함께 군을 바로잡아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평화 재향군인회’가 앞으로 제 궤도에 오를수록 기존 재향군인회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 첫 충돌은 ‘평화 재향군인회’의 명칭이 될 전망이다.

재향군인회법에서는 재향군인회라는 이름을 다른 단체가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재향군인회라는 이름을 독점할 수 있나? 미국에도 재향군인회는 여럿 있다. 헌법상의 권리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법이야말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악법이다. 만약에 재향군인회에서 법적으로 문제를 삼는다면, 시민 원고인단 모아 헌법소원을 낼 것이다. 사실 내부 논의 과정에서도 ‘이미지도 안 좋은 재향군인회라는 명칭을 굳이 가지고 갈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논란 끝에 (기존 재향군인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대부분의 예비역 장군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그도 알고 보면 ‘성골’이다. 육사 18기로 대대장 생도를 역임했고, 월남에도 다녀온 그가 정훈 병과로 옮겨가자 주변에서는 ‘미쳤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군 개혁은 군 문화의 개혁에서 출발한다. 또 군 문화의 개혁은 군 교육에서 출발한다. 결국 군을 바꾸려면 군 간부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고, 이 의식 개혁을 위해서 교육 체계를 뜯어고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육사에서는 우리 군의 효시가 남조선 국방경비대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육사의 진정한 전신은 애국 독립지사들이 만주에 세운 신흥무관학교이다. 하지만 군에서는 이런 독립군과 신흥무관학교와 같은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아무리 깔끔한 외모의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그는 일평생을 군문에 바친 군인이었다. ‘전향(!)’을 했다고 하지만 그는 ‘군인다운 군인’을 강조하는 예비역 장군이자, 보수주의자였다.

“내가 사실 간첩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혹시 내가 개혁적으로 보인다며 간첩이라도 접근해 올까봐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못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웃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는 민족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극우가 보수 노릇을 하니 내가 본의 아니게 개혁이나 좌익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참….” 글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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