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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작 ‘한국독립운동사’ 다큐멘터리 만드는 도올 김용옥씨

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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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작 ‘한국독립운동사’ 다큐멘터리 만드는 도올 김용옥씨

[한겨레 2005-05-05 21:24]


[한겨레] “화산폭발 같은 정신적 충격 받았다” 도올 김용옥씨는 피눈물을 쏟고 있다.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100여일 째 국내외를 떠돌면서부터다. 러시아 연해주의 벌판에 서서 “홍범도 장군이 여기서 싸웠다”고 소리 높이고, 호남의 한 국도 옆 의병장의 무덤가에서 “의병장을 죽이고 부하들을 부려 만든 ‘피 맺힌 도로’에 무심한 차들은 속도를 높인다”고 울면서 외치는 식이다. 동학 농민군이 일본군 및 관군으로 이루어진 연합군과 최후의 전투를 벌였던 공주 우금치에선 “30만 명의 의병 가운데 500명만 살아남은 핏빛 땅을 어루만지면서 통곡했다.” “내가 너무나 왜곡된 역사를 알고 있었던 건데, 내 대가리가 바뀌고 있는 거지.
이렇게 큰 도전은 없었는데 내 인생의 지독한 공부를 하고 있어. 엄청난 희열을 느끼면서….” 도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내가 모르던 암흑의 세계를 탐지하면서 화산폭발과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30만 호남의병 죽어간 핏빛땅 어루만지며 통곡
동학·홈범도·나철…선조의 투쟁 알아가며 전율
“항일독립운동 역사는 우리겨레 정체성의 뿌리” 한의사와 기자의 영역을 넘나들던 철학자 도올이 이젠 다큐멘터리 연출에까지 손을 뻗쳤다. “기대승을 잘 알아도 홍범도는 잘 몰랐다”는 안타까움과 반성에서 10부작 다큐멘터리 〈한국독립운동사〉 연출에 나섰다. “일제하에서 김성수, 이광수 같은 친일파, 배신자들은 한줌밖에 안되며 혼신을 다해 싸웠던 선조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해서다. “요즘 ‘과거사 청산’ 방식처럼 나쁜 놈을 찾아내는 것은 교육효과가 없어. 1%의 친일파가 아닌 나머지 99%에 대해 나라도 나서 말해야 하는 거야.” 깨우침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위해 도올은 ‘김일성’ 얘기를 꺼냈다. “김일성 신화론이야말로 신화”라는 것.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하던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를 비롯해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것이 틀림없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이념 투쟁으로 얼룩진 역사 속에서 사실은 왜곡되고 가려졌다는 것이다.

‘나철’도 마찬가지다. 신흥종교 대종교의 창시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나철은 을사오적 암살단을 꾸린 독립투사이며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단군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자고 한 것인데, 기독교 계통에서 짓밟은 것이다. 잘못된 역사는 바꿔야 한다.” 그래서 한국독립운동사는 “우리 겨레 정체성의 뿌리”이기도 하거니와 “국민의식 속에 사라져 있던 현대사를 좌·우 이념이나 남북의 분열과 관계없이 총체적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그러나 허허벌판으로 바뀌어 버린 항일독립운동의 현장에서 매번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 “지금 독립운동 현장에 가면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는 게 없어. 그렇지만 맷돌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 당시를 상상했지. 현장에서 메시지를 전하면 저절로 피눈물이 흘러.” 이런 심정으로 안동·제천·공주 등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지역에서 한 달 반을 살았고, 러시아 연해주와 대만 등을 다녀온 데 이어, 중국과 미국 등지로 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 떠날 계획이다.

〈한국독립운동사〉는 의병전쟁과 계몽운동,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신간회와 광주학생운동, 의열단 등 국외 독립운동단체들의 행적, 광복군의 활동상까지 담아낸다. 특히 구한말의 동학이 1부에서 다뤄지는데, 동학이 독립운동사에 포섭되느냐에 대해서는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도올은 사실을 밝히겠다고 한다. “동학 때 많은 이들이 죽었는데 대다수가 호남사람들이었다.

호남인들 특유의 투쟁의식을 발휘해 끝까지 싸웠으며, 이런 정신이 호남지역의 항일 의병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독립운동사에서 이런 부분이 빠진 것은 동학과 의병전쟁 때 상당수가 죽었기 때문이며, 빨치산과 5·18 민주항쟁 과정에서 벌어진 호남 대토벌 작전과 같은 현대사의 비극이 동학과 의병활동의 역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올이 다큐 연출에 나선 것은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드높이고자 하는 뜻이 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상명고등학교에서 한 역사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이 호시탐탐 우리 땅을 노리고 짓밟으려 하는데, 더욱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 민족주의는 인류 보편적인 평화·박애·공존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이는 곧 우리 민족의 통일로 연결된다.” 이날 강연 등은 오는 9~13일 저녁 8시50분 교육방송(EBS)을 통해 볼 수 있으며, 〈한국독립운동사〉도 오는 8월초부터 역시 교육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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